색이 이름을 바꾼다
2001년 모로·브로셰·뒤부르디외의 연구는 보르도 화이트 와인을 정제한 포도 안토시아닌으로 붉게 물들였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색소가 향을 내지 않는지 확인했습니다. 적색광 아래에서 50명이 300회의 삼점 검사를 했고 정답은 120회로 우연 수준이었습니다.
이어 학부생 54명이 자신이 만든 기술어 목록으로 와인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붉게 물든 화이트 와인에는 레드 와인에 썼던 표현이 붙고, 화이트 와인에 썼던 표현은 줄었습니다. 냄새의 원료는 같았지만 눈앞의 색이 그 냄새를 부르는 언어를 움직인 것입니다.
THE COLOR OF ODORS향은 그대로,
언어는 다르게
01보르도
화이트
+02무취 확인
적색 색소
→03레드 와인의
기술어
50삼점 검사 참여자300전체 판정120정답 · 우연 수준54기술어 평가 참여자
이 실험은 시음자끼리 같은 이름을 쓰는지를 잰 연구가 아닙니다. 같은 와인의 색을 바꾸었을 때 향의 이름이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과일 이름을 고정된 좌표처럼 쓰기 어려운 이유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물질, 다른 이름
화학에서도 향 물질과 과일 이름은 일대일로 붙지 않습니다. 자몽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티올이 관여하고, 반대로 하나의 티올인 3-SH는 소비뇽 블랑에서는 자몽과 패션프루트, 리슬링에서는 레몬, 레드 와인에서는 카시스 쪽 뉘앙스로 기술됩니다.
농도도 이름을 움직입니다. 푸라네올은 낮은 농도에서 조린 딸기, 더 높은 농도에서 캐러멜로 기술됩니다. γ-노나락톤 역시 농도에 따라 조린 복숭아에서 프룬과 무화과 쪽으로 표현이 달라집니다. 품종과 색, 농도와 와인의 구성, 시음자의 감수성이 함께 작동하므로 과일 이름 하나를 특정 물질이나 성숙 원인 하나로 곧장 돌릴 수 없습니다.
상태어가 자리를 만든다
과일의 상태는 이름보다 성숙의 방향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늦게 수확한 과숙 포도의 조린 과일 향을 다룬 자료에서 푸라네올과 호모푸라네올의 평균 농도는 신선 과일로 판정된 시료보다 조린 과일로 판정된 시료에서 높았습니다.
향 성분 · µg/L신선 과일조린 과일역치
푸라네올16.9125.249
호모푸라네올5.229.426.5
신선 과일 시료의 평균값은 두 성분 모두 역치보다 낮고, 조린 과일 시료의 평균값은 역치를 넘습니다. 이것은 ‘조린’이라는 상태어가 측정된 차이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조린 향을 맡았다고 해서 그 원인이 언제나 포도의 과숙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발효와 숙성도 비슷한 인상을 만들 수 있으므로 원인은 다음 단계에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EVIDENCE NOTE확인된 것과 남아 있는 것
확인됨: 색은 향을 부르는 언어를 움직일 수 있고, 과일 이름과 향 물질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으며, 신선·조림의 상태 차이는 일부 향 성분 농도와 연결됩니다.
이 책의 틀: 새콤·신선·익음·농익음·말림의 다섯 자리는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JUSTWINE이 편집한 판독 좌표입니다. 외부의 표준 척도가 아닙니다.
남은 것: 같은 와인을 여러 시음자가 평가했을 때 과일 이름과 상태어가 얼마나 재현되는지를 직접 비교한 자료는 이 근거 묶음에 아직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근거JUSTWINE의 해석추가 검증